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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13 October 2020)
좌장: 정혜윤 교수(명지대학교)
12:50–13:00 화상회의 입장
13:00–13:10 개회사(정경영 음악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1부
13:10–13:40 장르 지향의 공연장 음향환경 구현을 위한 기초 연구 : 자연음향을 추구하는 한국 전통음악계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자: 김병오·도희주·장인종, 전주대학교)
공연장은 하나의 악기와 같다. 같은 연행이라 하더라도 공연장의 특성에 따라 관객에게 전달되는 감흥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 음향적 차원에서 보자면 공연장을 선택하는 것은 악기를 선택하는 것에 비유할 만한데, 다만 공연장의 선택은 사회적으로 대단히 제한된 조건에서의 행위여서 제아무리 충분한 예산과 정보를 지녔다 하더라도 개인이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에 이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뿐만아니라 다수의 현행 공연 공간은 음향적 차원에서 장르를 막론하고 연행자들에게 충분한 음악적 만족도를 선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장 음향환경 개선에 대한 수요는 장르를 막론하고 음악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데 특히 자연음향을 추구하는 장르에서 그러한 수요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다수의 공연장을 운영하는 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과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음향적으로 최적의 공연 공간을 마련하고 현장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공연장의 장르적 특성을 배타적으로 설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르 특화적인 공연장을 만든다 하더라도 음향적 목표값의 설정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장르 최적화된 공연장 음향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돼 왔다. 연구보고서가 제출되고 연구 결과로 제시된 음향적 목표값을 기준으로 실제 공연장의 음향환경도 개선된 바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장르에 최적화된 공연장 음향환경을 도출하기 위한 기본 요소들을 점검하고 전공자 청감 실험을 통해 기존의 연구 및 실행 결과의 유효성을 검토해 보고자 하였다. 양악전공자 5명과 국악전공자 5명에 대해 청감 테스트를 실시하여 장르에 최적화된 음향 공간의 목표값을 추적하였다. 이를 위해 공연장의 음향환경 측정 요소들을 설계하고 장르적 대표성을 지닌 공연장의 물리적 음향 특성을 실제로 측정, 취득하였다. 무향실을 활용하여 음장 특성이 완전히 배제된 음원을 제작하였고 취득된 공연장의 물리적 특성을 무향실 음원에 다층적으로 적용하여 청감 실험을 위한 음악 데이터로 재가공하였다.
연구 수행 결과 장르 지향의 공연장 음향환경 구현을 위해서는 건축음향 전문가와 해당 장르 전문가들과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수적 선결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 및 음향환경 개선 논의를 건축음향 전문가들이 주도해온 바 장르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한계가 포착되었다. 향후 장르에 최적화된 공연장 음향환경의 연구 및 설계는 음악적 상세화 과정을 통해 과거보다 한 단계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13:40–14:10 교육적 관점에서 고찰한 ‘소리’와 ‘현대사회’ : ‘창의성’ 및 ‘웰빙’의 주제를 중심으로 한 영국 초등학교 사례 연구 (발표자: 김한아, University of Glasgow)
현대사회의 기술 발전으로 인간은 많은 소리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예술의 재료로서 다양한 소리를 창조, 변형하는 기회도 확대되었다.
음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때, 이러한 현상은 특히 1940-1970년대부터 구체음악, 전자음악, 앰비언트 음악 등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음악가들은 점차 ‘조직화 된 소리’라는 기존의 음악에 대한 정의를 불식시키고, 음색, 음향 및 음악의 다른 구성요소에 의미를 부가하였다. 나아가 현대사회의 기술 발전은 스마트폰의 앱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소리를 창조하게 하며 ‘음악가’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소리를 발견, 인식하고 창조하며 보다 실제적인 음악교육을 향유 하게 하고 있다. 이는 음악 외적인 지적, 심리적 역량 향상에도 영향을 주며 학생들의 웰빙 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본 발표에서 발표자는 소리를 재료로 창의성 및 웰빙 향상을 위한 음악수업 방안을 고안하고 적용한 사례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스코틀랜드의 세 초등학교에서 진행되었으며, 본 실습은 ‘소리의 탐색’ 및 각각 ‘날씨’와 ‘감정’을 주제로 한 ‘소리 환경 (Soundscape) 창조’로 구성되었다.
연구 결과, 미디어 속의 많은 소리는 다양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인간의 여러 감각을 자극하며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아이들의 내재한 음악성 및 창의성을 자극함을 볼 수 있었다. 감상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힌 아이들은 여러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소리를 만들고 변화시키며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능동적 학습자가 되어 음악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의 토론에서 두드러진 ‘뮤지킹 (Musiking)’의 개념은 소리를 탐색, 변형, 창조한 실제적 학습활동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유의미한 단어였다.
결론적으로, 현대사회에서 확장된 ‘소리’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중요시되는 능력인 ‘창의성’ 및 ‘웰빙’ 향상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음악교육은 학생들에게 그러한 자산을 누리고 활용하는 방법을 지속해서 전수해야 할 것이다.
14:10–14:30 토론
14:30–14:40 휴식
2부
14:40–15:10 계급, 소리, 그리고 상상 : 영화 기생충 OST의 사례 (발표자: 권현석, 한양대학교)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불현듯 양극적 계급 구조와 마주친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두 계급의 소리 간의 위계질서와도 맞닥뜨린다. 소리들은 중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 기대에 따라 위계질서가 형성되기도 한다. 사회적 기대의 전형적인 예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대일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 중심부의 소리는 우월하고, 이 사회 주변부의 그것은 열등하다라는 상상이다. 전자의 예로서 우리는 조직화된 ‘음악적 소리’로 구성되는 예술음악을, 후자의 예로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는 음악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상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지만, 그 흔적이 돌연 부각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은 때때로 다양한 대중 예술 작품에 포착되어 독특하게 풍자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며 논문은 영화 기생충의 OST에서 ‘어떻게 자본주의의 소리들이 위계질서를 이루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기생충은 상류층과 하류층의 두 가족이 얽히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그러면서 두 가족의 허위의식과 맞물려 있는 수직적 계급 구조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계급 구조는 기생충의 소리 풍경에 흥미롭게 반영되어 있다. 기생충의 소리 풍경은 내재 영역과 외재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양 영역에서는 바로크 스타일의 음악이 돋보인다. 이 음악은 크게 ‘가짜’ 바로크 음악, ‘허상’ 바로크 음악, ‘과장’ 바로크 음악을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세 유형의 음악은 기생충의 소리 풍경의 안쪽 혹은 바깥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하며 안팎의 경계를 없애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선을 잘 지킨다. 예컨대,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에 위장 취업을 해 성공하는 장면에서는 가짜 바로크 음악과 허상 바로크 음악이 외재 영역에서 흘러나온다. 한편, 박 사장 가족이 가진 것을 과시하는 장면에서는 과장 바로크 음악이 내재 영역에서 등장한다. 논문은 허위의식을 지니는 두 가족 소리들이 기생충 소리 풍경의 바깥과 안쪽에 배치됨으로써 절묘하게 위계를 이루고 있다고 상상해 본다.
15:10–15:40 대중음악 청취, 문화자본 그리고 계급 : 1980–90년대 한국 헤비메탈 형성의 문화정치 (발표자: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는 한반도 밖에서 유입된 형식과 스타일이 한국 문화와 만나는 과정이 반복되며 만들어진 혼종성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대중음악 속 다양한 장르 음악과 문화가 형성되는 데에는 문화제국주의의 압력이나 거대 자본의 유입과 같은 일방향적 흐름만 작동해온 것은 아니다. 새로운 대중음악 장르의 유입과 실천에는 한국사회의 국경 밖에 관한 관심이나 호기심도 함께 작동했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크기로 국경 밖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국경 밖 대중문화를 궁금해하고, 찾고, 만나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은 사회·문화·학력자본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 발표는 1989년 한국 정부의 전면적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혹은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AFKN과 불법 복제된 MTV 프로그램 녹화 비디오, 해적 음반이 일상의 숨겨진 그러나 당연한 일부였던 1980-90년대 한국에서 헤비메탈이나 힙합과 같은 소수의 골수팬을 지닌 장르 음악이 형성되던 과정에 주목한다. 특히 로컬에서 새로운 대중음악 취향을 형성하기 시작한 주체들이 가졌던 문화자본 및 계급성의 성격과 의미를 파악한다. 이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한 까닭은 현재 케이팝을 포함한 한국 대중문화의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제작자, 방송관계자 등 문화권력층 다수가 1980-90년대에 음악적, 사회적, 문화적 취향과 정체성을 확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 대중음악 취향과 문화자본-계급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룬 소수의 연구가 양적연구방법을 사용해 진행되었던 것에 반해, 본 발표는 인터뷰와 참여관찰, 기사 분석 등 질적연구를 바탕으로 이 사안을 다뤄보고자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나아가 기존 연구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던 한국 대중문화의 특별한 변동, 이를테면 글로벌 대중문화 시장에서 문화식민지에 가까운 위치에서 대중문화 송출국으로의 지위 변화와 소수 장르 음악 형성기의 경험 사이의 상관관계와 문화정치 작동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5:40–16:00 토론
16:00–16:10 휴식
3부
16:10–16:40 ‘계층화된’ 소리와 ‘예술적’ 사유의 역설 : 사티(Erik Satie)의 아방가르드 (발표자: 김경화, 한양대학교)
이 연구는 소리에 내재화되고 내면화된 문화 취향과 계급의 질서, 혹은 권력 관계가 예술에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었다. 그저 물리적인 소리로 여겨지기 쉬운 음악 창작의 재료에도 계층화된 문화와 이를 전복하려는 예술적 의지가 새겨질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이 연구에서 20세기 작곡가 에릭 사티의 아방가르드에 주목하도록 만든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문화 비평가 대니얼 올브라이트(Daniel Albright)는 예술가로서 사티의 정체성을 “저속한 예술을 지닌 고상한 심미안”(high aesthete of lowbrow art)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러한 표현은 사티의 음악 스타일과 예술적 사유 사이에 드러나는 역설적 관계를 절묘하게 포착한다.
사티는 소위 ‘저급’ 예술로 여겨지던 대중음악, 길거리 쇼, 일상의 소리 환경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었고 이를 자신의 음악 안으로 수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리 재료는 단순히 음악 창작의 원천으로 취급되기 보다는 예술의 권위와 제도를 풍자하고 도전하는 아방가르드 사고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 연구는 사티가 자신의 예술적 사유를 발전시키기 위해 사용한 소리 재료에 주목한다. 더불어 음악을 구분 짓는 취향과 사고의 틀 안에서 형성된 소리 재료들이 사티의 음악 스타일과 예술적 사유 안에서 어떠한 역설적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추적한다. 이를 위해 사티의 아방가르드 발레 <파라드>(Parade)를 분석해 본다.
16:40–17:10 마지막 오르페오의 노래 :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과 듣기의 쓸모 (발표자: 계희승, 한양대학교)
“당신은 음악적인 사람인가요?”(You the musical type?). 2019년 11월 출시된 코지마 히데오의 게임 《데스 스트랜딩》 (Death Stranding)의 주인공 샘(Sam Porter Bridges)에게 배달을 의뢰한 ‘음악가’(The Musician)는 묻는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주인공의 목숨을 노리는 ‘좌초된 자들’(Beached Things, BT), 시간의 흐름을 앞당기는 비 타임폴(Timefall)의 위협을 무릅쓰고 강에 떠내려간 악보를 되찾아 주었건만 감사의 표시로 대뜸 하모니카를 건넨다. 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면서.
본 연구의 목적은 디제시스·비디제시스적으로 게임 세계를 울리는 하모니카 소리에 귀 기울여 듣기의 쓸모를 논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어떤 소리가 나는가?”(What do we sound like?)라는 어느 음악학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게임 속 ‘자신’(the self)의 소리를 듣는 방식을 엿듣는다. 본 발표에서는 《데스 스트랜딩》을 관통하는 ‘연결’이라는 주제가 루드빅 포셀(Ludvig Forssell)의 오리지널 스코어 〈BB의 테마〉를 통해 수행적으로 ‘발화’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샘이 연주하는 선율은 누구의 노래인가? 보이지 않는 적 BT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숙아 ‘브릿지 베이비’(Bridge Baby, BB)가 이 노래를 듣고 기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장 40시간이 넘는 ‘배달’을 마치고 최후의 미션을 떠나는 순간 흐르는 이 음악은 정말 비디제시스적으로 들리는가?
출시 직후 쏟아진 ‘배달만 하다 끝나는 택배 게임’이라는 혹평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절대 단순한 배달 게임이 아니’라는 주장으로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은 배달 게임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래서’ 이 게임은 들을 가치가 있다. 인류 마지막 보루가 ‘오르페오’(Orfeo)라니.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소리와 청취의 정치학을 고민해야 하는 이보다 더 좋은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오르페오에게 악기를 건네는 ‘음악가’로 출연한 가수 호시노 겐의 노랫말처럼 답은 “소리 속에서 찾아”야 한다.
17:10–17:30 토론
17:30–17:35 폐회사(정경영 음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