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입니다. 일상을 지켜나가는 일조차도 특별한 마음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학술대회를 하는 일이 이렇게 특별한 일인지 몰랐습니다. 함께 모여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우리 주위에 늘 있는 것이어서, 우리를 항상 둘러싸고 있는 것이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음악’은 특별하지만 ‘소리’는 그저 일상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일상’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소리의 의미와 청취의 방식이 역사, 사회, 문화적 맥락 안에서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또 문화와 기술의 다양한 양상과 변화가 소리를 통해 들리며, 섬세하게 들어보면 소리를 통해 내재화된 사회적 취향과 정체성, 권력관계가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학술 대회에서는 소리와 청취의 이런 면모 즉, ‘소리와 청취의 정치학‘이라고 할 만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할 것입니다.
오늘 학술대회에는 소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공연장의 소리환경 문제에서 소리를 통한 교육과 관련된 주제까지, 대중음악과 클래시컬 음악에서 나타나는 문화자본, 계급, 취향의 문제, 그리고 영화와 게임 안에서 나타나는 소리와 음악의 다양한 의미에 관한 연구들이 포함됩니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일상적으로 흘려 들었던 음악과 소리를 세심하고 섬세한 방법으로 다시 들어, 이 소리들이 처해있는 다양한 문맥과 그것들이 생산해내는 다층적 의미를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소리’라는 일상을 특별한 방식으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학술대회 발표 공모에 응해주시고 발표에 참가해 주신 여러분들, 늘 소리연구에 힘쓰고 있는 전임연구원, 공동연구원 선생님들, 그리고 낯선 환경에서의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해주시는 연구보조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만들어 내는, 아직은 작고 낯선 소리에 관심을 갖고 이 학술대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학술대회가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길 기원합니다.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소장 정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