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청취의 정치학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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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12 Apr 2023)
13:00-13:10 개회사: 정경영 음악연구소 소장(한양대학교)
1부
좌장 강지영(한양대학교)
13:10-13:30 윤성원(한양대학교) | 소리와 거버넌스 이해하기: 이웃소음 문제를 중심으로
본 연구는 한국 사회의 이웃소음 문제를 중심으로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모델을 구상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웃 간 소음 문제가 사회 문제를 형성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음에 주목한 결과다. 해당 문제로 인해 거주자들 간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적 폭력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으며, 심한 경우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진다. 소음 문제를 단순히 소음 문제로 바라보는 것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이는 동시에 소리와 정치가 불가피하게 연동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음의 원인, 소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갈등의 형태, 소음 문제에 대한 해법 모두 소리와 정치를 양극으로 하는 스펙트럼의 어딘가에 위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해당 문제는 주로 소음과 진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만 다소 편협하게 다뤄진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 연구는 정치적 시각을 동반해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둔다. 특히 영국 정부가 제안한 ‘시민사회전략모델(civil society strategy model)’을 차용하여 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소음 문제와 관련한 현재의 거버넌스 구조 및 상황을 살펴보고, 특히 공동주택 사례를 중심으로 한 이웃소음 문제의 맥락과 특성을 고찰한다. 다음으로 시민사회전략모델에 포함된 영역별 전략을 통해 이웃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분석틀을 제시한 뒤, 해당 분석틀이 한국 사회의 이웃소음 문제 해결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주요 내용에 따른 정책적 함의, 소리와 정치 간 융합 방향성을 제안한다.
13:30-13:50 강다은(한양대학교) | ‘MZ세대’의 문학, 소리 청취 매체로서의 문자 예술: 신종원 소설을 중심으로
최근 문단은 소위 ‘MZ세대’에 속하는 1990년대생 소설가들의 약진에 주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작가들의 특징 중 하나는 “경계에 놓여 있는 세대”로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에 익숙하면서도 아날로그를 횡단해 온 세대로서 이들은, 문화 예술의 창작 및 향유의 수단이 되는 매체의 사용에 있어서도 동일한 정체성을 지닌다. 1992년 태생인 신종원 소설가 역시 이와 같은 특성을 보임은 물론이다.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집필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신종원은 등단작인 「전자 시대의 아리아」에서 가장 최근에 출판된 장편 『습지 장례법』에 이르기까지 ‘소리’와 ‘음향’이라는 요소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존 문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실험적 형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신춘문예 당선 소감에서 지금까지 문학계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겨온 여러 문인들을 가리켜 “나를 앞서가는 성부들”이라 지칭하면서, 스스로를 이들의 “뒤를 따라가는 음향신호”이자 “이들을 모방하는 노래”, “비어 있는 콘서트홀에 홀연히 떠오르는 음성”이라 비유한다. 이처럼 음악과 소리, 음향과 같은 청각적 주제에 천착해 있는 신종원의 작품들에서는 음성, 음표, 템포, 노이즈, 오디오 채널, 미디어 컨트롤 기호 등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드는 여러 가지 청각 요소들이 문자 예술인 소설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새로운 시대의 예술과 새로운 시대의 창작자들에게 ‘장르를 허문다’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은 흔한 일이다. 신종원은 실제로 소리 예술과 언어 예술로 구분된 두 예술 장르를 한 장소에 구현하려는 구체적인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도들은 무척이나 다양하고도 적극적이어서, 소리와 관련된 요소들을 문자화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에서는 눈으로 읽지만 인식의 층위에서는 ‘청취’를 하는 듯한 효과를 불러일으키거나, 작곡가와의 협업을 통해 시리즈의 각 단편마다 동일 주제의 글과 음악을 함께 묶어 편성함으로써 개념적으로 서로 구분된 두 예술 장르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도록 하는 등, 독특한 예술적 경험의 건축물들을 건조해내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 및 대상 텍스트와 함께 본 연구가 분석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한 매체 환경 속에서 문자 예술인 문학은 소리와 음향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 활용하는가? 둘째, 문학에서 소리가 하나의 소재나 기법으로서 활용되는 것을 넘어, 문자 예술인 문학이 소리와 음향을 수용하고 향유하는 ‘매체’가 될 수 있는가? 근대는 ‘시각’이라는 감각에 중점을 둔 채 현대까지 이행해왔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감상 양식을 기본으로 하는 문학에서는 더더욱 그래왔다. 그러나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 의해 “나눌 수 없는 잔여물”이라 칭해지는 ‘목소리’는 기표 안에서 의미에 저항하는 것이다. 목소리란 문자화될 수 있는 것, 언표될 수 있는 것들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불가해한 진실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새로운 세대는 언제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대’의 위치를 점하지만, 이들에게 붙은 이름은 인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여러 기표 중 하나일 뿐이다. 매체의 발전과 다양화를 통해 새로워진 시대에 ‘읽기’가 ‘청취 양식’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표현할 수 있는 것,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넘어 ‘경계에 선’ 예술과 ‘경계에 선’ 인간의 불가해한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13:50-14:10 윤민화(이화여자대학교) | 확장된 마음과 포스트휴먼 신체: 인공 와우 사용자를 위한 전자음악 사례를 중심으로
본 논문은 앤디 클락과 데이비드 찰머스의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논제를 인공 와우 이식자를 위한 전자음악 사례를 통한 경험적 연구로서 논해보고자 한다. 클락과 찰머스는 우리가 도구의 도움을 빌어서 두개골 바깥의(transcranial; extracranial) 인지 활동을 할 때, 비단 인지 과정 뿐 아니라 믿음이나 기억과 같은 심성적 상태도 환경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하여 아담스와 아이자와는 인지적 능력이나 과정은 우리의 두뇌에 한정(intracranial)되어 있다는 상식적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두 입장의 논박은 사유실험과 같이 사변적인 방식으로 개진되어 왔으며, 상대 논증의 인과나 논리가 성공적인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확장된 마음’ 논제를 인간 종 중심적인 일반 인지 레벨의 문제로 치환한다. 하지만 마음에 대한 기능주의적 이해를 토대로 하고 있는 ‘확장된 마음’ 논제는 인지과학의 가능성을 경험적 사실의 문제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아래로부터 상향하는 접근을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 이에 본 논문은 작곡가 이원우의 <와우-로그: 인공 와우 사용자를 위한 전자음악 프로젝트>(2019-2020)에 참여한 인공 와우 이식자들이 경험한 청감의 증강을 통해 ‘확장된 마음’ 논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인공 와우 이식자는 특정한 주파수나 다양한 악기의 음색 파형이 원활하게 청신경에 전달되지 않아 건청인이나 보청기 사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곡된 음색을 듣기 때문에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에 상기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인공 와우 장치와 결부된 청감각적 특성에 기반하여 고안된 음악 감상 활동을 하며 일종의 청감 증강 훈련을 진행했고, 이후 참여자 각자의 청감 단계에 따라 적절한 음악을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본 논문의 목적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포스트휴먼의 존재 양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포착해냄으로써 클락과 찰머스의 ‘확장된 마음’ 논제를 지지하고, 나아가 완고한 휴머니즘적 경계선을 느슨하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14:10-14:40 토론
2부
좌장: 권현석(한양대학교)
15:00-15:20 정경영•계희승(한양대학교) | 매개된 소리의 시간: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의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의 “Film inspired by” 시리즈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 유명한 대중음악 뮤직비디오를 흉내 낸 리메이크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 발표에서는 라디오헤드(Raidohead)의 ‘No Surprises’ 영상을 커버한 헨델의 ‘Cara pianta’와 콜드플레이(Cold Play)의 ‘The Scientist’ 영상을 커버한 퍼셀의 ‘When I am laid’ 영상을 다룬다.
이 발표에서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크 노래와 그것의 리메이크 뮤직비디오가 어떻게 각기 시간성을 드러내는가 하는 점이다. 각각 다 카포와 오스티나토 베이스라는 음악적 형식을 가진 노래들이 현대 대중음악가들의 작업을 커버해 만든 리메이크 뮤직비디오에서는 어떤 시각적 양식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노래와 영상이라는 각기 다른 매체가 만들어 내는 시간성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살필 것이다. 이를 위해 달하우스의 ‘시간구조’(Zeitstrukturen) 개념과 카롤 버거(Karol Berger)가 음악에서 사용했던 시간의 순환성과 직선성 개념을 사용한다.
뮤직비디오와 그것을 커버한 뮤직비디오의 관계, 음악과 영상의 관계는 각각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과 상호매체성(intermediality)이라는 맥락에서 검토될 것이며, 특히 후자의 경우 기술(technology)이 이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주목하여 살펴보게 될 것이다.
15:20-15:40 정이은•이상욱(한양대학교) | 틈새시장의 반란: 유튜브 환경에서의 서양예술음악
디지털 시대에 소위 ‘클래식 음악’이라 불리는 서양예술음악의 미래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디지털 문화의 확산과 함께 클래식 음반 판매고가 급감하고, 이와 함께 음악회 참석 인구가 줄어드는 한편, 음악회 참석자가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서구 음악계의 상황은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서양예술음악의 위기론을 다시금 부상시키는 배경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 음악계의 상황과 달리, 21세기 한국에서의 서양예술음악은 그러한 위기론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듯 하다. 스타급 연주자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 현상을 누리고 있고, 이들이 출연하는 음악회는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가 하면 유튜브에서는 다양한 이들이 서양예술음악을 주제로 사용자 생산 컨텐츠에서부터 전문가적 컨텐츠까지 다양한 동영상들이 유통되고 있다.
본 연구는 한국의 현재 상황 속에서 서양예술음악을 주제로 하는 유튜브 공간 내에서의 행위들을 살펴본다. 유튜브는 오늘날 한국에서 서양예술음악이 어떠한 방식으로 소비되는지, 또한 유튜브로 대변되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 환경이 서양예술음악의 전통을 어떠한 방식으로 유통시키고 변화시키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다. 또한 유튜브는 21세기 한국의 문화적 환경 속에서 서양예술음악을 둘러싼 가상의 (혹은 현실의)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본 연구는 소위 한국의 클래식 음악 유튜버들의 행위가 유튜브의 기업적 전략의 변화와 함께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클래식 음악 유튜버들의 참여적 행위가 어떠한 방식으로 한국에서 서양예술음악의 전통을 지속하고 있는지를 논의할 것이다.
15:40-16:00 김경화(한양대학교) | 사운드아트는 무엇을 소리 내는가?: 디지털시대의 청각문화와 사운드아트의 예술적 실천
사운드아트가 무엇을 소리 내는가? 라는 이 연구의 질문은 역으로 그 소리가 무엇을 들려주는가? 하는 청취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동안 사운드아트는 시각 경험을 보완하는 요소로서 소리에 접근하거나, 소리를 통해 공간을 재구성하거나, 소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특성을 탐구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러나 사운드아트에서 소리는 단순히 특정 상황이나 환경을 만들어내는 물리적, 물질적 대상만이 아니라 청자로부터 정형화되지 않은 청각경험을 이끌어내는 사건,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사운드아트에서 소리 이벤트는 듣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생생한 청각 사건을 유발한다. 이 연구는 ‘듣기 행위’가 강조되는 최근의 사운드아트 경향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도시나 자연 환경, 일상의 소리 환경을 예술 실천의 관점으로 포착한 소리 작품에 주목한다. 이들은 디지털, 스마트 시대의 일상이 된 기술 매개적 청취 방식을 사운드아트의 청각 이벤트에 활용한다. 이러한 현상을 살피며 이 연구는 매개된 일상의 청취가 소리 환경을 다루는 사운드아트의 청각 이벤트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파악한다. 이를 통해 실천적, 행위적, 참여적으로 연결되는 청취의 특성을 분석한다.
16:00-16:30 토론
16:30-16:35 폐회사: 정경영 음악연구소 소장(한양대학교)